
지난 시월 이사한 내 집은 창이 동쪽으로 나있다. 집에서 저녁 노을을 보지 못함을 한참 아쉬워했었지만 더 이상 슬퍼 안한다. 내게 동향이 필요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대신 데워진 발바닥으로 아침을 밟고, 방에 어둠이 차오를 쯤엔 주홍빛이 된 건너편 벽돌집을 마주본다는 말이기도 하고. 그리고 또 그 이상 아무 무게도 두지 않게 됐다는 말도, 의미 부여 타파 연습장에 수년째 찍혀있던 도돌이표가 지난 해 어느 쯤에 소훼되었다는 말도 되겠지. 그리고서는 고개를 끄덕 손을 탁탁 털고 다시 불이나 붙이면 그만이다.
으스러진 밑동 위에 몸을 다시 고쳐 앉아 늘어진 가지를 쥐고, 우수수- 함께 흔들리다 말았다 하는 것. 내게 밤보다 아침이 중요한 날들이 있다는 자명함을 우유에 말아 꿀떡꿀떡 삼켜도 곧잘 소화를 시키는 여름이 와버렸다. 사랑보다 멀찍이 앞자리에 앉은 삶을 목격했을 땐 철로에 몸을 던지기도 여러번. 그것마저 익숙해졌다 착각할만치 되자 낙엽 위에 부활초를 심을 수 있게 됐고 그런 나는 오늘 몇 번이나 웃었다.
그러면 된거지 그쵸.
21 juin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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