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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터질 것 같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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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ncntrjin 2024. 1.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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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할 수 없는 기쁜 마음으로 글을 적게 되면 그건 어떤 기분일까 하고 자주 생각했다. 아니 빈도가 잦다기 보다 가끔씩 오래 생각했어. 나는 지금 그렇다. 내가 그래.  이러다 다시 곤두박질 칠까 걱정도 하나 안해. 어쩜 이렇게 구름 위에 있는 것 같지. 첫사랑과 처음 껴안아본 것 같은 기분이다. 각성형 마약류를 하면 이럴까 싶을 만큼 고양감이 심하다. 이런 발언은 좀 문제가 있으려나. 뭐 어때 괜찮아. 사흘인가 나흘일까 방을 나섰고 뜬눈으로 아침이 낮으로 낮이 저녁으로 저녁이 밤으로 밤이 새벽을 건너 다시 아침이 되는 것 까지 전부 지켜봤다. 커튼 틈새로 전부 지켜봤고 그동안 난 모니터랑 눈씨름. 스무시간 남짓 컴퓨터로 무언가를 하다보면 몽롱해지지. 커피는 진하게 9시에 한 잔. 아침 공기는 듣던대로 차다. 영상 2도랬던가. 그저께 내린 도시의 첫눈이 데려온건 바닥에 모래들. 사람들이 부러 모래를 뿌려놨잖아. 얼어버린 눈보단 좋던걸 그래도 얘는 보이기라도 하지.
각성 상태로 걷는 점심시간. 좋아하는 후배를 우연히 만났고 올해는 처음 봤네 새해 인사 본아네! 싸바비앙 물어보고. 재잘재잘 연말의 여행이 얼마나 좋았는지 떠들었네. 물을 두잔 세잔. 목도리 없이도 안추워. 재활용 커피 캡슐. 우리 교수님은 지구 지키기에 너무 진심이시라 내가 많이 빚져요. 그렇게 얻어 마신 재활용 에스프레소 한잔. 또 재잘재잘. 무슨 말을 했더라. 모르겠어 괜히 겁먹고 숨죽여 사무실에 늦게 나온게 민망하고 미안해서 아니 그냥 기분이 좋고 반가워서 그렇게 다 떠들었네. 사실은 말이 하고 싶엇나보다.
타닥타닥 휠을 드륵득. 창문도 안 열고 한참을 그러다가. 환기나 시킬 겸 인스타그램을 켰는데 그때 나는 봤다. 너의 울음이 그친 춤을. 일초 하고 이초 지났을까. 잘 못 봤나 싶었어. 확연히 달랐다. 화면 왼편을 탭하고 자세를 고쳐 앉아 사무실 문을 닫았다. 달라졌다. 변모했다. 변태했다. 다른 사람이다. 정말 종결에 다다른. 며칠 전 정말 거의 다왔다는 말. 오늘 밤에 당장에라도 만날 것만 같다는 너의 말을 증명하듯이. 울음을 그친 너의 몸짓은 어디론가 솟구치고 달려나가고 있었다. 탄성같이. 오후 세시 이십육분에 마이크로스코픽 이미징을 읽고 쓰던 내가 삽시간에 티끌보다 작은 공간으로 명치부터 빨려 들어간다. 가슴이 저미고 벼락이 창공을 가르는 것처럼 마음이 벅차다. 너무 찌르르해서 아파와. 과냉각된 겨울 폭포수를 쳐맞고 있는 것처럼 머리가 댕하다. 좁아진 목구멍 위로 눈물이 자꾸 솟구친다. 느껴본적 없는 환희. 목 위로도 사실 거짓말이구 눈을 더 높이 뜨지 않으면 자꾸 눈꺼풀까지 치솟았다. 형광등 열두개가 비추는 이 작은 사무실에서. 팔짱 끼고 한 손으로 입을 가려도 희끗거리며 목구멍을 넘실거린다. 아아 몸이 떨려. 몸 안에서 별이 자라는 것 같다. 나를 뚫고 나가. 그 빛이 이 우주를 다 집어 삼켰다. 아니 몇개 쯤을. 파르르 숨을 내쉴 때마다 혀끝에 걸리는 마지막 숨의 감각으로부터 시작된 전율이 좁아진 목구멍을 타고 어깨를 따라 흘러내린다. 나는 살아야겠구나. 나는 살아있구나.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너를 아꼈구나. 이토록 적나라한 날것의 쾌감을 적는 것이 처음이라 스스로 굉장히 야만적으로 느껴지며 동시에 해방감이 쿡쿡 쑤신다.
아까는 호흡에서 고통이 느껴질 만큼 몸이 허덕였는데, 그런 광기 어린 환희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디였을까 싶다. 이제는 진정해서 적는거지만 오늘 내내 기분이 좋다. 위험할 만큼 좋아서 조심해야겠다. 명상을 하고선 쏟아낼 수 있는 친구에게 연락을 해야겠다. 어쨌든 오늘 내 생명은 이랬네. 이정도 기분은 다시 안 온다고 봐도 무방하니까 눈감아두자. 덕분에 솟구쳤네. 곤두박은 내가 알아서 칠게요. 다들 너무 고마웠다. 고마웠다. 마침 생일 선물로 받은 와인을 다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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